12월 16일 동해문화예술회관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공연가다
날씨가 올해 들어 가장 추운날 늦은 7시30분
가게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밥 한술 뜨고 달려서 간곳. 동해문화예술회관
내가 좋아하는 안치환과 또 많이 많이 좋아하는 시인 정호승씨의 공연
수수한 모습으로 무대에 나온 안치환은 연예인이 아닌 그냥 동생과 같았다.
밴드"자유"와 함께한 2시간 30분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 듯했다.
안치환의 노래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훨훨"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리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 나이기에...
정호승시인이 안치환의 대금연주에 맞춰서 낭독한 연어와 "풍경달다"는
행복함 자체였다.
우리는 마음속에 누구나 풍경하나쯤은 달고 살고 있지 않을까
풍경은 바람이 있어야 청아한 소리를 낼수 있고 바람도 풍경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작은 소도시에서 이토록 행복한 공연을 접할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
풍경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 처마끝에 풍경달고 돌아 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 간 줄 알아라
나는 천주교신자이지만 절에 가는 것을 참좋아한다.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고 가끔씩 들리는 풍경소리도 좋아한다.
어릴적 어머니따라서 쌀들고 따라가서 먹던 맛있던 절밥과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목백일홍의 기억도 새롭다.
나는 가슴속에 그리움이 너무 많고 눈물이 많다. 그래도 나는 지금 너무 많이 행복하다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짝을 발견했을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모아 절을 하고 싶을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나는 이곳 동해에 와서 가장 좋은일은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20분도 걸리지 않은 곳에 있는 추암해변에 곧잘 가곤 한다.
누군가가 미치도록 보고싶을때 일상생활에서 마음이 고단할때..
일마치고 밤바다에 가서 앉아있으면 내가 바다인지 바다가 나인지...
정호승시인이 낭독해준 "바닷가에 대하여"를 들으면서 동해시민 누구나
많이 많이 행복했으리라고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