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얼굴 -박인희-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산들 뭘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뭘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단 한마다"
이 구절이 내가슴에 돌담을 쌓고..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그립다. 보고잡다."
이런 말들이 더좋다.
요즘 시대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흔해져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즐겨 사용하지 않는다.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단어중에 "은혜한다" "사모한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간절하고 절절한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어제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읽었다.
예전에 영화로 봤을때는 나이가 젊을때여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흘간 사랑한 추억으로 평생을 살다간 여자의 이야기...
이제 오십이 넘어선 나이가 되고보니 여주인공인 프란체스카처럼 살아갈수도 있을것 같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나는 과감하게 내 주위의 모든것을 떨쳐버리고
다시는 올것 같지 않은 사랑을 따라 나설수 있을까?
물론 나의 현재의 상황은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정반대이지만...
우리아이는 이제 성년이 되고 무엇보다도 엄마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니
혹여나 이해해줄수 있지 않을까?
책의 끝부분에 마이클과 캐롤린이 엄마가 남겨둔 마지막 브랜디를 마시며
엄마의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읽으며
프란체스카를 추억하던 부분이 잔영처럼 남아있다
훗날 내 아이가 내 추억들도 아름답게 기억해주기를 바래본다.
아마도 그럴것 같다
오십이 넘는 나이가 되고보니 추억을 먹고 산다
물론 아름다운 추억도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는 가슴아픈 추억도 있지만
지나간 추억은 모두 아련하게 그립다.
이곳 동해에는 봄비처럼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빗방울만큼 보고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