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계절의 여왕 5월은 어디로?

개미소녀 2012. 5. 31. 14:46

계절이 어쩌면 이리도 빠르게 지나는지...

나이 숫자만큼의 속도로 간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지난 북평5일장 풍경이다

장으로 가는길에 어느 주택의 철조망 안에 핀 어여쁜 꽃도 보고..

시장에 가면 물건을 사는 재미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크다

이제 오월이 다가고 신록이 더욱 푸르름을 더해가는 유월이다

장미는 자태를 뽐내며 어여쁘게 피는데

나는 어느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여쁜 사람일까?

 

 

 

내 장미꽃 하나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갈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혹은 점잖게 있는 것까지도

만들어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 생 텍쥐페리의《어린 왕자》중에서

 장미중의 장미 흑장미

 노란 장미는 이별의 의미?

 

장미와 가시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김승희·시인, 1952-)

 

장미

내가 키우는 것은 붉은 울음
꽃 속에도 비명이 살고 있다
가시 있는 것들은 위험하다고
누가 말했더라
오, 꽃의 순수여 꽃의 모순이여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저쪽
나도 가시에 찔려
꽃 속에 들고 싶다

장미를 보는 내 눈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신재한·시인, 서울 출생)

 북평시장 입구에 있는 도너츠랑 찐빵코너

 어느새 햇마늘이 많이 나왔다

 앵두도 나오시고..

 석가탄신일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시장에서

그를 위해 무얼 살까 들러보았죠.
수줍은 제비꽃에 벗은 완두콩.
그에게는 아무짝에 소용없는 것.
그럼그럼 딸길 살까 바나날 살까?
아니면 익살맞은 쥐덫을 살까?
그를 위해 무얼 살까 둘러보았죠.
한 쾌의 말린 뱀, 목에 늘인 할아범.
아아아아 재밌어 이걸 사줄까?
뽀골뽀골 미꾸라지 시든 오렌지
아니면 특제 실크덤핑넥타이.
아아아 재밌어 이걸 사줄까?

복작복작 밀리며 걷는 내 손엔
한 쪽엔 아이스크림 한 쪽엔 풍선.
농담처럼 절뚝절뚝 뛰는 지게꾼.
그 뒤를 바싹 쫓아 빠져나왔죠.
주머니에 뭐가 있나 맞춰보아요.
바로바로 올림픽 복권이어요.
만약에 첫째로 뽑힌다면은
아아아아 재밌어 너무 재밌어
풍선처럼 그이는 푸우 웃겠죠.
(황인숙·시인, 1958-)

 귀여운 아기옷도..

 골뱅이도 있고.

 달달하고 맛있는 쥐포씨

 

 고추모종도 있고...

 막걸리 한잔에 족발이면 짱인데

 홍게도 출연..

 

시장 사람들

하루의 밥거리를 위하여
상인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장작불을 피우고
새벽 찬 공기를 덥히며
서로의 아침을 격려하는 새벽
구부정 할매도  
구부정 아저씨도

비닐포장으로 잘 동여매었다.
바쁜 손길을 주고받는다.
손수레의 팔 물건들을 정리하고
호호 입김을 불며
안녕하슈!

할머니는
총각! 여그 당근 한 다발하고
배추 다섯 단만 가져와!"
시장에 아침을 연다.
(김형효·시인, 1965-)

 땨끈따끈한 두부나왔어요

 

시장

허전한 사람들은
다들 모였다.

잃은 것이 많은 사람들
잃은 것을 찾으려고 허둥들 댄다.

바다를 잃은 사람은
청어, 조기, 삼치를 사 들고 가고
고향을 잃은 사람은
산나물을 한 바구니 담아 간다.

파는 이나 사는 이나
다 같이 외로워 보이는
시장 안

목청마다 퍼런 외로움이 고이는
오늘
허전한 사람들은
다들 모였다.
(윤수천·시인, 1942-)

 문어슬라이스

 

시장길
    
모처럼 시장에 가 보면
시끌벅적한 소리와
비릿비릿한 내음새,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와 소리들,
별로 살 물건 없는 날도
그 소리와 냄새 좋아
시장길 기웃댄다.
(나태주·시인, 1945-)

 요놈은 거래처 사장님께서 우리 가게에 슬쩍 두고가신 앵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