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바람의 언덕 백두대간 선자령
아침 8시에 동해출발
대관령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출발했다
막가자형님의 계획이 잘못되어서 횡계를 지나 삼양목장입구까지 갔다가
선자령으로 넘어 갈수 없다는 섭섭한 대답을 듣고 다시 되돌아와서 대관령휴게소를 지나 선자령을 향해 고고..
(아침에 바쁘게 준비하다가 보니 디카도 놓고가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우리는 앞으로 삼양라면은 안먹기로 굳게 다짐...
거의 두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대관령휴게소에 와서
힘겹게 오른 선자령 -우이씨~~ 대장을 잘만나야 고생을 좀 덜한낀데- 그래도 고생하며 오른길이라서 더 좋았다
이제는 가을빛이 느껴지는 푸른하늘과 뭉게구름과 커다란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아침에 동해출발한 차창밖의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전 인증샷 (동생둘은 등산하기로)
횡계의 하늘
하늘이 어느새 가을을 담고 있다
가을 편지
그대 생각에 가을이 깊었습니다
숨기지 못하고 물들어 가는
저 나뭇잎같이
가만히
그대 마음 가는 길에
야윈 달이 뜹니다
(나호열·시인, 1953-)
삼양목장으로 달려가는길
삼양목장에서 돌아오는길에 감자전에 막걸리 한잔
다시 돌아와서 선자령을 향해 오르는 길 휴식중
드디어 풍력단지 눈에 보인다
가을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조병화-
너무도 아름답다 구름이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야호!! 만만세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셀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
또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김승희·시인, 1952-)
어제 야간근무를 하고 합류한 내친구 병창씨가 많이 힘들어했다
맨 오른쪽에 있는 우리의 젊은친구 재경씨
돌이 무성한 길도 내가 힘들어하는 싱글길도 잘도 간다
날아다닌다. 부러워라~~ 나는 언제쯤 그래볼까나
가을엔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돌아가게 하라.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을바람 물들며 지나가듯
지상의 모든 것들 돌아가게 하라.
지난 여름엔 유난히도 슬펐어라
폭우와 태풍이 우리들에게 시련을 안겼어도
저 높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라.
누가 저처럼 영롱한 구슬을 뿌렸는가.
누가 마음들을 모조리 쏟아 펼쳤는가.
가을엔 헤어지지 말고 포옹하라.
열매들이 낙엽들이 나뭇가지를 떠남은
이별이 아니라 대지와의 만남이어라.
겨울과의 만남이어라.
봄을 잉태하기 위한 만남이어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떠나게 하라.
단풍물 온몸에 들이며
목소리까지도 마음까지도 물들이며
떠나게 하라.
다시 돌아오게, 돌아와 만나는 기쁨을 위해
우리 모두 돌아가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만나는 날까지
책장을 넘기거나,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우거나
아예 눈을 감고 침묵을 하라.
자연이여, 인간이여, 우리 모두여.
(조태일·시인, 1941-1999)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
술을 많이 마시면
사철 어느 때든지 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을에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울 수 있습니다
가을이 슬퍼서가 아닙니다
가을은 나를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
울면서 돌아갈 운명입니다
눈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닙니다
가을은 인간을 울게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울어도
수치스럽지 않은 계절입니다
겨울에 울면 가련해 보입니다
여름에 울면 어색해 보입니다
가을은 울기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뺨을 맞아도 괜찮은 계절입니다
(방우달·시인, 1952-)
우리의 점심 만찬
언니랑 나랑은 텃밭에서 호박잎따서 준비하고..
더덕무침, 오이소박이,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콩조림등등 여섯명의 배낭에서 풀어놓은
맛있는 밥상.. 밥도 꿀맛.. 바람도 상쾌.. 이런 행복을 집에 있었다면 아마도 몰랐을 것..
익어가는 가을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험하고 힘겨운 이 높은 곳까지 왜 오르려고 했을까?
등산객이 내게 말한다
"와 여자분이셨네요. 어떻게 이런곳까지 잔차를 타시고.."
"저 여자아니예요" ㅋㅋ
그저 오르고 싶었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선자령에 오르고 싶었다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커다란 풍력발전기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고..
눈앞에 펼쳐진 풍광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저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들이 내게 허락되었을까?
그때까지 내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살수 있을까?
마음가득 그리움을 안고 행복을 담고 다녀온 그리운 곳이었다
가을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강은교·시인, 1945-)
구름이 안개처럼 이리 저리 몰려다니고 있다
어느새 안개에 가려져서 건너편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