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가을비 내리는 동해바다.성난 파도(바다는 그리움이다)

개미소녀 2012. 9. 16. 21:27

오늘은 정기라이딩 있는 날인데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멈출줄을 모르고..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웠지만 모처럼 집안 청소하고 김밥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이런날은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는데 새벽5시부터 잠을 설친다

늦은 점심을 먹고 친구랑 삼척해안가로 드라이브 갔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다가 어지럽다.. 비도 오고 파도도 거세고...

라이딩을 아쉽게 하루 쉬었지만 비오는 날의 바다를 보고 와서 행복한 하루다

삼척 새천년도로

 

바다 일기  -이해인-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


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


파도 아래 숨 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만날 적마다 눈빛으로
내게 묻는 갈매기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


파도를 보면
자꾸 기침이 나온다고
수평선을 향해서
일어서는 희망이
나를 자꾸 재촉해서
숨이 차다고

삼척 맹방해수욕장 갈매기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다

 

파도의 말   -이해인-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께 

백미러에 비친 바다모습

성난파도앞에 갈매기들은 고요하다

 

바다 새   -이해인-


 이 땅의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너무 많은 것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예까지 온 거야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온 거야


아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작은 가슴의 불길


물위에 앉아
조용히 식히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미역처럼 싱싱한 슬픔
파도에 씻으며 살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이해인-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푸딩카메라로 찍은 사진 (유치환님의 그리움이라는 시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나들이)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내가 좋아하는 추암 -증산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추암 촛대바위-

 

바다여 당신은  -이해인-


 내가 목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異邦人(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저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餘韻(여운)
어느 波岸(파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풍이 찢기워도 떠나게 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