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잔차

늦은 오후4시에 언니랑 가을향기 가득한 달방댐라이딩

개미소녀 2012. 11. 11. 18:17

영월별마로mtb식구들을 아쉬움속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일 해놓고 ..

아침에는 얄궂게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하늘이 맑아졌다

늦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달방댐까지 잔차타고 고고씽..

늦은시간이어서 단풍이 곱게 사진으로 표현되지는 못했지만

거센 바람에 마구 뒹굴던 낙엽에 쓸쓸한 눈길도 주고..

행복한 1시간 40분의 잔차타기였다

아!! 이제 정말 2012년의 가을이 우리곁을 떠나고 있구나!!

 

신흥천변의 가을모습

 

단풍 나무  한 그루  안도현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 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달방댐 업힐

 

 

 

 

달방댐 위쪽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마을풍경

 

물이 많지 않아서 댐에 단풍의 모습이 비쳐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먼산의 풍광이 마치 눈이 쌓인듯이 보인다

조금 일찍 갔더라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움

 

 

 

 

 

 

 

 

 

 

 

 

 

 

 

단풍을 보면서       조태일

 

내장산이 아니어도 좋아라

설악산이 아니어도 좋아라

 

야트막한 산이거나 높은 산이거나

무명산이거나 유명산이거나

거기 박힌 대로 버티고 서

제 생긴 대로 붉었다

제 성미대로 익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니더라도

낮고 충충한 바위하늘도 떠받치며

서러운 것들

저렇게 한번쯤만 꼭 한번쯤만

제 생긴 대로 타오르면 될거야

제 성미대로 피어보면 될거야

 

어린 잎새도 청년 잎새도

장년 잎새도 노년 잎새도

말년 잎새도

한꺼번에 무르익으면 될 거야

한꺼번에 터지면 될 거야

 

메아리도 이제 살지 않는 곳이지만

이 산은 내 산이고 니 산인지라

저 산도 내 산이고 니 산인지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 정 호 승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창밖에 따스한 불빛이 그리운 날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한 잎 낙엽으로 썩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

단풍나무        함성호

 

지나가네 지나가 버리네

그가, 그녀가, 당신이 ㅡ

 

그냥 지나가 버리네

여기

너무 오래 단풍나무 아래서

그를, 그녀를, 당신을 기다렸네

 

설레는 손짓은

단풍나무 잎사귀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단풍나무 붉은 그늘 아래로

사랑이거나 괴로움이거나

골몰한 생각들이 스치고

그냥

지나가 버리네

 

먼 훗날

그는, 그녀는, 당신은

어느 차가운 바위에 앉아

말하겠지

 

그 때,

(단풍나무 그늘에서)

쉬어가야 했다고

 

우리가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쳐 온 생의 기별들이

단풍나무 붉은 그늘 아래로

차곡 차곡 쌓이고 있네

 

 

 

단풍                 이자규

 

알겠네, 기다리지 않아도 편지는 도착하고

계절의 중력은 몸을 낮추어 녹슬어가네

비워질 세상을 이미 알고나 있었는지

이동설계를 긋고 있는 다람쥐는

나무숲 사이를 굴러다니다 떨어져 죽은 동료의

두 귀를 세우네, 들리는가

흐느끼는 안개를 달래며 옆구리를 내주고 있는 절벽의 끝

멀리 누군가의 발에 채인 돌들

부서지며 뒹굴고 서로 부둥켜 안고

서로 상처 핥는 소리 들리는가

장대비 때려 아름다워진 삶의 무늬

칼바람 맞은 몸일수록 뒤척이지 못한 혓바닥

참 붉다, 뜨겁게 제 피멍든 살껍질

일어나 한시절 시뻘건 참회 벌이고 있네

서러움과 아쉬움이 만나서 독버섯이 된 가슴

뼈가 짓이겨진 그리움을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이명처럼 들려오는 강물소리 번개 섞는 소리

내 활화산의 중심에다 구멍을 내고 싶어라

알겠네, 타오르는 것은 언제나 내일과

어제 사이에서 그 존재가 되어가네

 

 

단풍        유치환

 

신이 주신

마지막 황금의 가사를 입고

마을 뒤 언덕 위에 호올로 남아 서서

드디어 다한 영광을 노래하는

한 그루 미루나무

핏빛 단풍

단풍     신현정

 

저리 밝은 것인가

저리 환한 것인가

나무들이 지친 몸을 가리고 있는 저것이

저리 고운 것인가

또 어디서는 짐승이 울고 있는가

어느 짐승이 덫에 치인 생채기를 핥고 있는가

저리 뜨거운 것인가

단풍       백석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사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개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이제 너마저 가지를 떠나면 겨울이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