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11월3일~4일 속초나들이(1)

개미소녀 2012. 11. 4. 20:09

눈부시게 푸르른 가을하늘

사랑하는 동해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

늘 바다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이곳 동해로 온지 어느새 만 2년이 지났다

나서면 만나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산과 계곡이 있어서 참 좋다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봄바다의 아름다운 바닷빛깔도 참 좋고 겨울에 보는 시린 바다도 참 좋다

 

 

 

 

그림 같은 사랑

 

눈으로 들어온 사랑은

눈을 감아도 보이고

입으로 들어온 사랑은

입을 닫아도 달다

가슴으로 들어온 사랑은

밖에 서리가 차도 따뜻하여

사람은 사랑으로

사람도 낳고 그림도 낳는다

하지만 사랑은

그리보다 간직하기 어렵더라

 

-이생진 선생님의 골뱅이@ 이야기 37쪽/우리글 2012년 간행-

 

 

 

 

 

 

혼자 있고 싶을 때/이생진

  

 

혼자 있고 싶어

딱딱한 자폐증을 뚫고

바닷가로 나가 통쾌하게 부서지는

너희들의 침실로 들어가고 싶어

너희들은 맑고 깨끗해

너희들은 태양처럼 눈부셔

너희들은 달처럼 순수해

너희들은 별처럼 예민해

너희들은 구름처럼 자유로워

혼자 있고 싶어

달처럼 혼자 있고 싶어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90쪽/ 책이 있는 마을/2000)

 

바다에 오는 이유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나이
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이생진·시인, 1929-)

 

동해바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시인, 1936-)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정호승·시인,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