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언니랑 둘이서 묵호등대까지
잔차타기
우리집을 출발해서 잘 만들어진 잔차길로 달려간다
오른쪽으로 한섬도 지나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길을 가는 기분은 참 좋으다
시원한 파도소리들으면서 달려서 묵호역을 지나서 등대길을 오른다
숨이 턱에 차는 가파른 길로... 캄캄한 언덕길을 쉬지 않고 달려서 묵호등대 너를 보러 간다
산위에있는 묵호 등대 나도 너처럼 누군가에게
갈길을 일러주는 등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등대 아래쪽에 있는 등대팬션의 포토존에서 천사날개 달고 사진찍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가끔 들러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오는 카페에서 블루베리 팥빙수 시원하게 먹었다
오늘밤에는 잠을 잘 잘수 있겠다
인연 2
그대에게 가는 이 길이
낯설지 않음은
전생의 어느 숱한 날들을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던
그 몸짓이 가슴속에 길을
지어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대에게 가는 이 길이
섧지 않음은
전생의 어느 숱한 날들을
그대 위해 기도하던
그 간절함이 가슴속에
노래를 지어 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대에게 가는 이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지척인 듯 느껴지는 것은
그 많던 가슴속 말들이
억겁의 세월 잠자고 있다가
오늘 다 타오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재현·시인, 강원도 화천 출생)
나는 내가 아니다
사랑해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거니?
너는 무슨 권리로 나를 사랑한다는 거니?
너가 그딴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울고 싶다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모르는 인연이다
나는 네 속의 뻥 뚫린 구멍이다
사랑한다는 말만 삼가다오
나도 너를 사랑하고 싶어 미치겠다
무인등대 -정호승-
등대는 바다가 아니다
등대는 바다를 밝힐 뿐
바다가 되어야 하는 이는
당신이다
오늘도 당신은 멀리 배를 타고 나아가
그만 바다에 길을 빠뜨린다
길을 빠뜨린 지점을
뱃전에다 새기고 돌아와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방파제 끝
무인등대의 가슴에 기대어 운다
울지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힌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가을에는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 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속에 들어온다 .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 힐 때가 있다 .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않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그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 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물 빛 1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져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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