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잔차

밤바다보러...

개미소녀 2012. 8. 8. 23:15

하루일을 마치고 밤바다가 그리워 잔차타고 씽씽

동해출발해서 묵호.어달.망상까지 시원한 밤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봐도 봐도 내게는 너무 아름다운 바다. 그중에서도 동해바다.

나는 밤바다에 앉아서 누구를 그리워하고 왔을까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그리움은 파도처럼 밀려와 내 마음의 바위에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다시 사라지고..

사라지는 파도처럼 내 그리움도 사라진다면??

아마도 너무 슬픈 일인듯하다. 마음에 그리움하나 담지 못하고 산다면 설레임도 없고 아픔도 없으리.

아름다운카페에서 생맥주말고 카라멜마끼야또 한잔.. 음..달콤쌉쌀하다

제법 공기가 서늘한 울동네

오늘 하루도 잘보냈다ㅡ

 

불멸의 명작   -천양희-

 

누가

바다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바닥부터 말하겠네

바닥 치고 올라간 물길 수직으로 치솟을 때

모래밭에 모로 누워

하늘에 밑 줄 친 수평선을 보겠네

수평선을 보다

재미도 의미도 없이 산 사람 하나

소리쳐 부르겠네

부르다 지치면 나는

물결처럼 기우뚱하겠네

 

누가 또

바다에 대해 다시 말하라면

나는 대책없이

파도는 내 전율이라고 쓰고 말겠네

누구도 받아쓸 수 없는 대하소설 같은 것

정말로 나는

저 활짝 펼친 눈부신 책에

견줄 만한 걸작을 본 적 없노라고 쓰고야 말겠네

왔다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고

물살은 거품 물고 철썩이겠지만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건 바다뿐이라고

해안선은 슬며시 일러주겠지만

마침내 나는

밀려오는 감동에 빠지고 말겠네

스마트폰으로 찍어본 바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신현림·시인, 1961-)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정호승·시인, 1950-)

망상해수욕장

 

 

달콤 쌉쌀한 카라멜마끼야또 한잔

 

아름다운 사람

                                         조재도

공기 같은 사람이 있다.
편안히 숨 쉴 때 알지 못하다가
숨 막혀 질식할 때 절실한 사람이 있다.

나무그늘 같은 사람이 있다.
그 그늘 아래 쉬고 있을 땐 모르다가
그가 떠난 후
그늘의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이런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같이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이지만
위안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은 몇 안 된다.

세상은 이들에 의해 맑아진다.
메마른 민둥산이
돌 틈에 흐르는 물에 의해 윤택해지듯
잿빛 수평선이
띠처럼 걸린 노을에 아름다워지듯

이들이 세상을 사랑하기에
사람들은 세상을 덜 무서워한다 .

기다림의 등불 하나 걸어놓고

                                                                박성철

준다는 것이 받는다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는 날 있으리
떠나는 것이 반드시 미워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더러는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을
믿게 되는 날 있으리
살다 보면 간혹은
떠나는 사람의 한 치 에누리 없는
완벽한 쓸쓸함을 지켜봐야 하는 날이 있는 법

사랑은 이별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이란 걸 알게 된 지금
비로소 나 그대 기다림을 생각합니다
지금 내게 남겨진 급선무는
그대를 잊는 것이 아니라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그대를 위해
가슴 한켠에
내 기다림의 등불을 걸어두는 일입니다

 

 

바다에 오는 이유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이생진·시인, 1929-)

 

파도

그렇게 아픈 뒷모습으로 돌아서는
당신의 차운 발길 아래
나는 흰 거품으로 남습니다.
저 바다 어디쯤에서 소리로 날리는 이여
바닷새 작은 가슴마다 새겨진 흔적을 보시나요
그대 다가설 때마다 소스라치며 몸 비비던
바위들, 저 패인 아픔을 보시나요.

나는 이 켠 바닷가에서
다시 당신을 기다립니다.
팔 가슴 뚝뚝 흐르는 물, 등지느러미모양 늘어진
머리카락 휘휘 저으며 다가와
물풀내음 촉촉히 젖은 손을 내미는 당신.
그러나 물풀들 밀려와 그어진 선 이 켠에서
당신의 손은 너무 멀어 닿지 않습니다.
나는 다시 온몸 풀어
흰 거품으로 스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