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끊임없이 피어나는 능소화
그리운 님을 기다리다 죽어간 여인의 넋이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있는 능소화꽃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 자존심"이란다
어릴적 학교가는길에 우리동네 맨 끝집에 커다란 나무를 감고 올라가
여름내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던 능소화
어린 마음에도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저 꽃은 어디에서 저렇게 계속해서 피어날수 있을까 ? 하고...
떨어질떄는 동백꽃도 아니면서 마치 동백꽃인양 고개를 툭 떨구는 모습이
왠지 슬펐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나는 어려서부터 너무 감성적인 사람이었는지..)
가끔은 생각이 좀 무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감정이 없는 것보다는 이런 내가 요즘은 참 좋다
나도 훗날 이세상의 소풍끝나는 날에
미련없이 깨끗하게 가고 싶다
커다란 키를 자랑하는 해바라기꽃은
울딸이 좋아하는 꽃이다
노란빛깔이 참 고운 꽃
넉넉한 꽃잎이 너무 좋다
나도 해바라기처럼 넉넉한 품으로 내게 오는 모든이들을
사랑으로 품을수 있기를 바래본다
당신을 향해 피는 꽃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 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도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 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내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 나무와 잘 어울렸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돋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꽃 피어 있노라고
굽이 굽이 이렇게 흘러왔다
한 꽃이 진 자리 또 한 꽃이 피어난다 -박남준-
능소화 연가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는 그리움이
자꾸 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 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 입니다 -이해인-
해바라기에게
해님의 얼굴은
보고 또 보아도
자꾸만 보고 싶어
어느새 키만 훌쩍 컸구나
해바라기야
해님의 음성은
듣고 또 들어도
자꾸만 듣고 싶어
귀를 너무 세우다가
머리까지 너무 무거워
고개를 떨구었구나
그래
옆 친구와는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그리움이 하도 깊어
어느새 까맣게 가슴이 탔구나
해바라기야 -이해인-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힌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이해인-
도라지꽃
엷게 받쳐 입은
보랏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 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연도를 바쳐 주겠니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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