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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와 해바라기꽃, 도라지꽃

개미소녀 2012. 7. 13. 15:48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끊임없이 피어나는 능소화

그리운 님을 기다리다 죽어간 여인의 넋이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있는 능소화꽃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 자존심"이란다

어릴적 학교가는길에 우리동네 맨 끝집에 커다란 나무를 감고 올라가

여름내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던 능소화

어린 마음에도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저 꽃은 어디에서 저렇게 계속해서 피어날수 있을까 ? 하고...

떨어질떄는 동백꽃도 아니면서 마치 동백꽃인양 고개를 툭 떨구는 모습이

왠지 슬펐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나는 어려서부터 너무 감성적인 사람이었는지..)

가끔은 생각이 좀 무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감정이 없는 것보다는 이런 내가 요즘은 참 좋다

나도 훗날 이세상의 소풍끝나는 날에

미련없이 깨끗하게 가고 싶다

커다란 키를 자랑하는 해바라기꽃은

울딸이 좋아하는 꽃이다

노란빛깔이 참 고운 꽃

넉넉한 꽃잎이 너무 좋다

나도 해바라기처럼 넉넉한 품으로 내게 오는 모든이들을

사랑으로 품을수 있기를 바래본다

 

 

당신을 향해 피는 꽃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 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도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 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내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 나무와 잘 어울렸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돋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꽃 피어 있노라고

 

굽이 굽이 이렇게 흘러왔다

한 꽃이 진 자리 또 한 꽃이 피어난다  -박남준-

              

 

능소화 연가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는 그리움이

자꾸 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 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 입니다   -이해인-

 

 

해바라기에게

 

해님의 얼굴은

보고 또 보아도

자꾸만 보고 싶어

어느새 키만 훌쩍 컸구나

해바라기야

 

해님의 음성은

듣고 또 들어도

자꾸만 듣고 싶어

귀를 너무 세우다가

머리까지 너무 무거워

고개를 떨구었구나

 

그래

옆 친구와는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그리움이 하도 깊어

어느새 까맣게 가슴이 탔구나

해바라기야  -이해인-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힌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이해인-

  

 

 

 

 

도라지꽃

 

엷게 받쳐 입은

보랏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 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연도를 바쳐 주겠니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