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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정끝별-

개미소녀 2012. 7. 25. 17:21

      

사랑에 굶주렸던 사람들은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서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모습을 연리(連理)라고 말한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진 것을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르고
줄기가 이어진 것을 연리목(連理木)이라고 불렀다.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비유된 연리지(連理枝)와 연리목(連理木),
이러한  모습을 가진 나무를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줄기가 붙은 연리목은 가끔 볼 수 있지만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드물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고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쉽게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땅속의 뿌리들은
땅위의 줄기나 가지보다 훨씬 더 흔하게 연리 현상이 일어난다.
좁은 공간에 서로 뒤엉켜 살다보니 맞닿을 기회가 많아서 그렇다.
그렇다고 이러한 모습을 연리근(連理根)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몸통을 베어낸 나무 등걸이
몇 년이 지나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는 것은
잘려지지 않은 옆의 나무와 뿌리가 연결되어
양분과 수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연리지 있는 곳)

충남보령시의 외연도 동백나무 연리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소나무 연리지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북제주군 우도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계백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충남 논산시 계백장군유적지에 이색 ‘백일홍나무 연리지’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에 소나무 연리지가 유명하며
청풍문화재단지의 소나무 연리지

 

           연리지(蓮理枝)/정끝별

 

너를 따라 묻히고 싶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열 길 땅속에 들 한 길 사람 속에 들어
너를 따라 들어
외롭던 꼬리뼈와 어깨뼈에서
흰 꽃가루가 피어날 즈음이면
말갛게 일어나 너를 위해
한 아궁이를 지펴 밥 냄새를 피우고
그물은 달빛 한 동이에 삼베옷을 빨고
한 종지 치자 향으로 몸단장을 하고
살을 벗은 네 왼팔뼈를 베게 삼아
아직 따뜻한 네 그림자를 이불 삼아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오래된 잠을 자고 싶어
남아도는 네 슬픔과 내 슬픔이
한 그루 된
연리지 첫 움으로 피어날 때까지
그렇게 한없이 누워

   

-시집『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2005)

 

이름이 너무 아름다운 정끝별님의 시

"너를 위해 한 아궁이를 지펴 밥 냄새를 피우고

그물은 달빛 한 동이에 삼베옷을 빨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장 해주고 싶은 일들이 바로

이런 일들이다

너를 생각하며 지어낸 내 정성이 담긴 밥한그릇 먹게 하고픈 마음..

따숩고 고슬고슬한 밥에 구수한 된장찌개라면 좋겠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언제 밥한번 먹자" 친근함의 표현이 되는 이 말..

늘 먹는 밥이지만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도 나는 밥..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 생각나는 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그립고 호젓한 바닷가에 서있어도 그립다

파도가 치는 바다에 서면 저 파도처럼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파도가 되고 싶고..

나는 오늘도 그리워한다

너를 보고파 하는 내마음이 언젠가는 너에게로 파도치며 다가가기를...

네가 내게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나는 원망하지 않을거야

오지못하는 사정이 있겠지..오고 싶지만 올수 없겠지..

언젠가는 오겠지 하는 소망을 갖고 살수 있는것도

행복일테니까..

내마음이 그러하니까..

 

 

기약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쓸쓸하고 허탈한 마음을 아는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막연히 기다리는 일밖에 없을 때
그 누군가가 더 보고 싶어지는 것을 아는가.

한 자리에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라도 들릴라치면
그 자리에 멈추고 귀를 곤두세우는
그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아는가.

끝내 그가 오지 않았을 때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왜 가슴은 속절 없이 무너지는 것인지,
온다는 기별이 없었는데도
다음에는
꼭 올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을 아는가.

그를 기다린다는 것은
내 마음에 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
그를 위해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두는 일.
비워둔 자리만큼 고여드는 슬픔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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