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좋은시. 좋은글

아름다운 꽃 -가을시 두편-

개미소녀 2012. 9. 14. 15:51

               

우리집 근처 용산서원 담옆에 피어있는 백일홍

 

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시인, 1961-)

                  

코스모스 같은데 잘 모르겠다 꽃이름..

 

가을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김용택·시인, 1948-)

'느낌이 있는 좋은시.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이 나서 -황경신-  (0) 2012.09.20
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고정희-  (0) 2012.09.14
꿈꾸는 가을 노래 -고정희-  (0) 2012.09.13
가을편지 -고정희-  (0) 2012.09.13
반음계 -고영민-  (0)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