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좋은시. 좋은글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꼮 오늘의 내마음과 같은 시다..

개미소녀 2012. 1. 28. 10:42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高靜熙 1948년 ~ 1991년[1])

대한민국의 시인이다..전남 해남에서 출생하였고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였다.

현대시학》에 〈연가〉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목요시’동인으로 활동했다.

1983년 《초혼제》로 ‘대한민국문학상’을 탔다.

1991년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 사고로 작고했다..《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평민사 1979).

《실락원기행》 (인문당 1981).《초혼제》 (창작과비평사 1983)

 

* 요즘 나의 생활은 잠들기전에 시한편 읽기...

내가 표현못한 수많은 언어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잉잉"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박힌다

함께 하지 못할때 그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들..

함께 들었던 음악..

그사람을 좋아할때 좋아하게 되었던 모든것들이 가슴에 차오를때..

그런 느낌들이 잉잉차오르는것 아닐까..

오늘 처럼 겨울햇살이 창너머로 따뜻한 날에는 네가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