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좋은시. 좋은글

이제 봄이 멀지 않았으리라~~

개미소녀 2012. 2. 10. 16:21

창밖에는 바람이 매서운데

오후 햇살이 너무 따뜻하다.

나른해서 창밖으로 나섰다.

할머니가 키우시는 옆 텃밭에는 파릇한

상추가 고개를 내밀다가 아마도 추운날씨에

다시 고개를 숙인듯 하다.

냉이가 나왔나 하고 땅을 보고 다녔지만

냉이는 없다.

어릴적 내고향 전북 정읍의 들녁에는

이맘때쯤이면 양지바른곳에 솟아나온 냉이를

캐서 냉이국을 맛있게 끓여먹었는데...

특히나 돌아가신 우리아버지가 참 좋아하셔서

늘 봄나물 캐오는 일은 나의 일이었다.

그리움 이라는 것이 꼭 남녀간의 일만은 아니어서

사물에 대한 그리움도 한몫을 한다.

오늘은 모두 그립다. 많이 많이~~

 

만남과 이별

              조병화

만남의 기쁨이
어찌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내가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내가 슬프게 한 사람이나

인생은 그저 만났다간 헤어지는 곳
그렇게 만났다간 헤어져 가야 하는
먼 윤회의 길

지금 새로 기쁨으로 만났다 한들
머지않아 헤어져야 하는 슬픔
어찌 이 새로운 만남을 기쁘다고만 하리

눈물로 눈물로 우리 서로 눈물로
숨어서 울며, 웃으며 헤어져야 할
이 만남과  헤어짐

정이 깊을수록 더욱 마음이 저려지려니
이 인생의 만남을
어찌 그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신록

          서정주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 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

 

                         임준빈

 

그대 곁에서면 꽃이 됩니다.
넉넉한 화병처럼
언제나 마음이 열려있는 그대
생각이 맑은 사람이여!


마음이 포근한 사람이여!


그대 곁에서면 사랑이 됩니다.
오늘도 나는,수줍게 피어있는
그대 곁에서 한 마리 나비가 됩니다.
사랑이 됩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여.


저 하늘을 훨훨 나는 새가
부럽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구속되지 않는 바람도
부럽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그대 곁에서
한 평생을 함께하여


구속보다 더 깊은 구속이 따를지라도
당신 안에 갇혀, 꽂혀있는 한송이
꽃일지라도  눈물겹습니다.
당신안에 내 사랑인 까닭입니다.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당신이 나의 방문을

 

                                오선홍

 

당신이 나의 방문을 열기위해

문의 손잡이를

밀었다가

당겼다가

비틀었다가

흔들었다가

두드려 보다가

하는 동안에도

나는 뛰어나가 당신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갈라 터진 손등에 베어나는

핏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없습니다.

 

그대 등뒤로 넘어진 길

당신이 달려온 헐벗은 길이 생길 때부터

나는 이 길을 지나간

수많은 발자국을

줄곧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방문을 아무리

밀었다가

당겼다가

틀었다가

흔들었다가

두드려 보다가

하더라도

나는 당신이 물밀듯 기쁨으로

문지방 넘쳐 오기 전까지는

당신을 뛰어나가 맞이할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뛰어들어

흠뻑 취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다가

               - 李相潤


사랑하다가
마음이 아픈 날엔
철없는 아이처럼
토라지는 연습을 한다.

 

사랑하다가
그대가 그리운 날엔
토라질 수도 없어
슬프도록 노래를 부른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진달래 꽃빛보다도 차고
서러운 사랑이여

 

사랑하다가
서러운 날엔
하나뿐인 사랑도
울음이 된다.

 

가을 강을 적시는
눈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