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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리지에 관한 시

개미소녀 2012. 5. 5. 21:06
볼륨꿈이어도 사랑할래요 - 임지훈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하늬의 대흥사 연리근 소개에 연리지, 연리근, 연리목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자주 가고 좋아하는 연리목은 600년의 사랑을 이어온 나주 불회사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나무입니다.

이 연리목은 은행나무 침대를 연상케 하였지요. 바위 위에서 이처럼 한몸되어 있답니다.

처음 보았을 때, 감동으로 차라리 눈물이 났습니다.

                                                                    (나주 불회사 연리목)

(연리지)

사랑에 굶주렸던 사람들은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서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모습을 연리(連理)라고 말한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진 것을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르고
줄기가 이어진 것을 연리목(連理木)이라고 불렀다.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비유된 연리지(連理枝)와 연리목(連理木),
이러한  모습을 가진 나무를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줄기가 붙은 연리목은 가끔 볼 수 있지만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드물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고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쉽게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땅속의 뿌리들은
땅위의 줄기나 가지보다 훨씬 더 흔하게 연리 현상이 일어난다.
좁은 공간에 서로 뒤엉켜 살다보니 맞닿을 기회가 많아서 그렇다.
그렇다고 이러한 모습을 연리근(連理根)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몸통을 베어낸 나무 등걸이
몇 년이 지나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는 것은
잘려지지 않은 옆의 나무와 뿌리가 연결되어
양분과 수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연리지 있는 곳)

충남보령시의 외연도 동백나무 연리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소나무 연리지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북제주군 우도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계백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충남 논산시 계백장군유적지에 이색 ‘백일홍나무 연리지’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에 소나무 연리지가 유명하며
청풍문화재단지의 소나무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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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에 관한 시)

 

연리지(蓮理枝)/정끝별

 

 

너를 따라 묻히고 싶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열 길 땅속에 들 한 길 사람 속에 들어
너를 따라 들어
외롭던 꼬리뼈와 어깨뼈에서
흰 꽃가루가 피어날 즈음이면
말갛게 일어나 너를 위해
한 아궁이를 지펴 밥 냄새를 피우고
그물은 달빛 한 동이에 삼베옷을 빨고
한 종지 치자 향으로 몸단장을 하고
살을 벗은 네 왼팔뼈를 베게 삼아
아직 따뜻한 네 그림자를 이불 삼아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오래된 잠을 자고 싶어
남아도는 네 슬픔과 내 슬픔이
한 그루 된
연리지 첫 움으로 피어날 때까지
그렇게 한없이 누워

   

-시집『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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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連理枝/김해자

 


開心寺 오르는 길
마음의 허물 뒤집어쓴 채 洗心洞 막 지나는데
백주대낮에 소나무 두 그루 얽혀 있다
한 놈이 한 놈의 허벅지에 다리를 척 걸친 채
한몸이 되어 있다 가만히 보니 결가부좌를 튼
부처 같기도 한데 육감적인 아랫도리 위에서
어쨌거나 잔가지들은 열락의 기지개 맘껏 켜고 있다
오른 가지는 왼편으로 왼 가지는 오른편으로
우향좌, 좌햐우, 전 방향으로 팔을 뻗고 있다
허고 가득 시방 그득 푸른 탄성 내지르고 잇다
다리가 하나뿐인 나무처럼 모자란 이 몸이
개심을 하는 길은 먼저 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내 안에 갇혀 어두운 내가 밝아지는 길은
하나인 내가 다른 하나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木佛이
앞서 열어 보이고 있다
-시집『축제』(애지시선 0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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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連理枝) / 황봉학 

손 한번 맞닿은 죄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여
송두리째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걸었습니다
이제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당신과 나는
한 뿌리 한 줄기 한 잎사귀로 숨을 쉬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단지 입술 한번 맞닿은 죄로
나의 가슴 전부를 당신으로 채워버려
당신 아닌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몸도 마음도 당신과 하나가 되어버려
당신에게만 나의 마음을 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몸 당신에게 주어버린 죄로
이제 한 몸뚱어리가 되어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나 또한 당신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어느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 함께 느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세상 따로 태어나
그 인연 어디에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을까요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당신의 체온으로 이 몸 살아간다 하렵니다
당신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이 행복
진정 아름답다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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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백낙천이 양귀비에게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 말에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라고 노래한 시처럼 연리지는 비익조와 함께 사랑을 대변합니다.

 

출처 : 이생진, 바람이 시가 되어
글쓴이 : 차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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