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기는 문화

11월의 끝날 "이생진 바람이 모두 시가 되어" 카페정모 -인사동-

개미소녀 2012. 12. 2. 10:11

                 11월의 끝날

                 서울 인사동 순풍에 돛을달고에서 이생진선생님을 모시고

                 울 카페식구들이 모였다

                 광주에서 온  차꽃과 큰언니 대전의 바람님. 회초리님. 멀리 군산에서 올라온 안단테님.

                 멋진 사진을 찍는 하늬바람님과  제주도의 캔디 홍예. 익산의 미노님

                 서울의 푸른들님. 슈룹님. 파리장님. 모두 스무명남짓의 우리식구들과 매달 이곳에 모여서 모임을 하고있는 분들까지...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 서울의 겨울추위도 녹여서 훈훈하고 행복한 밤을 보냈다

                    서울 시의회 본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울카페 식구인 하늬바람과 캔디홍예의 작품을 보고..

                  올 여름 하늬바람이 촬영한 아름다운 태백의 풍력발전기와 배추밭

 

                    울 카페지기인 차꽃이 문정희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낭독하는 중이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묵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묵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떄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남자를 위하여/ 민음사)

 

차꽃의 낭독을 들으며 문득 흰눈 가득한 한계령에 나도 그리운 이와

묶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차꽃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 낭독후 군산에서 온 아름다운 안단테님이 양희은의 한계령을 노래하고 있다

                     현선생님의 기타반주에 맞춰 선생님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가을에 찾아오는 병

 

어떤 땐

문을 꼭 닫아야 시가 되니까

가을이 들어오지 못하게

가혹할 정도로 조용하게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방해 된다며 문을 닫는

밀폐성 질환

나는 그렇게

시를 앓을 때가 있다 -이생진-

                      대중음악 평론가이신 이백천님도 오시고..

                   김숨님이 북을 치면서 시를 노래한후 "세계적인 싸이도 우리가 한번 초대해서 우리의 모습도 보여줘야 겠다" 하시며..

                   내가 정말 사랑하는 울 카페지기 차꽃. 회초리 동생. 대전의 바람 곽패밀리다 ㅎ

 

그림 같은 사랑

 

눈으로 들어온 사랑은

눈을 감아도 보이고

입으로 들어온 사랑은

입을 닫아도 달다

가슴으로 들어온 사랑은

밖에 서리가 차도 따뜻하여

사람은 사랑으로

사람도 낳고 그림도 낳는다

하지만 사랑은

그림보다 간직하기 어렵더라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푸르들님의 멋들어진 하모니카연주 (삼행시의 달인이신 유쾌한 오라버니)

                     지난번 정모때는 아름다운 장미를 들고 "살짜기 옵서예"를 불러서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Nella Fantasia와 이 계절에 어울리는 고향의 노래를 열창해서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주도에 사는 캔디 홍예가 들고온 시집에 사인중인 선생님

                    내가 이번에 구입한 골뱅이@이야기에 사인하고 계시는 선생님

                    글씨체가 너무 아름답다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계셔주셔서.."

 

또 골뱅이@이야기

-인터넷 표류기

 

연애란 우체통에 부탁해야 추억이 되는 거

집배원은 받는 사람의 표정 때문에

시골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편지 한 통 나르는데 한나절이 걸려도

가는 길을 멀다 하지 않았다

 

골뱅이@

이 느린 놈에게 총알 같은 마음을 맡겼으니

무자비한 것들 하며 불평할 여유도 없이

배달이다

 

빨리 배달된 연애는 빨리 식는다

느리게

그래서 골뱅이@ 표를 달고 사업하는 거 아니냐

골빈 사람들은 그저 속도만 믿는다

 

연애란 '기다림'이지 '속달'이 아니다

속도를 늦춰라

골뱅이@야

네 본성대로 늦춰라

더러는 배달이 늦어야 추억이 여무는 거

추억은 부딪혀야 단단해진다

결국 연애란 '배달'되지 않아서 끝이 나고

추억은 끝난 자리에 앉아 뿌리를 내린다

 

벌써 끝났는데

골뱅이@를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미련 떄문

본래 연애는 짧고 추억은 길단다

골뱅이@야

절대로 서둘지 마라 -이생진-

                  아름다운 선생님과 자운영

 

암에 좋다

 

도시 한구석에 앉아

우체통이 거리에 나와 있지 않으면 찾기 힘든

우체국

작은 우체국장

그는 얼굴보다 소리가 크다

내가 가면 벌떡 일어나

인스턴트커피를 종이컵에 타 가지고 와서

'암에 좋다'며 권한다

그래서 나는 우체국에 갈 때마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우체국장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그는 내가 책을 보내러 우체국에 오는데

한 번도 무슨 책이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내 시집을 주고 싶은데

시집이 '암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골뱅이@이야기 이생진-

                   지인이 구해다 준 귀한 술 (무려 70도라고 한다)을 박산님이 들고 계시고

                  선생님이 들려주신 시

 

 다시 압생트 -이생진-  -고흐와 로트레크

 

술을 마셔야지

여기는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으니

자연 존재도 없고 초월도 없어

철학이 없으니 니체도 심심하겠다

술이나 마시자

 

압생트!

이 술로 많은 화가와 시인들이 녹았지

오늘 만나자는 로트레크(1864-1901)역시 예외는 아니야

정신착란에 매독까지

어쩌면 그렇게 나를 닮을까

그래 죽음까지도 닮다니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그러니 죽은 뒤에도 술 생각나면 로트레크지

 

오늘도 로트레크가 나오라는 거야

자구 나가던 몽마르트르 카페로

 

그는 들어서자마자 압생트 한잔을 내 앞에 놓고

움직이지 말라 한다

나를 그리겠다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 '압생트가 담긴 잔과 물병'을 놓고

밖으로 나간 적이 있는데

그것을 보니 생각 난다며

이번엔 나가지 말고 술잔을 기키라 한다

 

파스텔을 문지르는 소리가 나고

내 얼굴을 아래위로 훑어보기에

나는 아예 머리를 옆으로 돌렸지

한쪽 귀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그는 손을 털고 일어나서 그림을 보여준다

'고흐의 초상(1887)'

내 가난과 고독은 세상이 아는 건데

내가 너무 긴장했나

아래턱이 콘크리트처럼 굳어 있고

그는 코르몽에서 4년 째 그림을 배우고 있으니

손놀림이 정확하지

나는 겨우 4개월 코르몽에게서 소묘를 배웠고

내 그림이 햇볕은 받은 것처럼 밝아진 것은

몽마르트르 덕이야

그러나  나는 커피를 마시거나 춤추는 사람을 그리는 것보다

몽마르트르 근처 풍경이 더 마음에 들어

저 황량한 바람의 언덕

그 쓸쓸한 맛이 술 맛을 나게 하지

 

지나가던 몇몇 무희들이 눈인사를 하자

로트레크는 내 귀에 대고 말한다 (그의 키는 거우 150cm)

'내가 키만 조금 더 컸어도 그림 따위는 그리지 않았을 텐데'

그는 그가 그린 물랭루즈 포스터만큼이나 화려한

여인의 손을 잡고 절름거리며 나간다

나는 다시 쓸쓸하다.

                    로트레크가 그린 고흐의 초상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하며 따라 부르다가

 

맞아 맞아

그 말이 맞아

왜 그 말이 맞는 말일까

하며 따라가다가도

허전한 행방불명

그렇게 이어지는구나

너와 나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

바보 같은 이야기 -이생진 골뱅이@이야기중에서-

 

-사랑 참 어렵다 나이가 들어서도 너무 어려운 사랑이라는 단어-

                   아름다운 시인과 함께 살고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또한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는 선생님도 무척 행복하실거라는 생각..

                    하늬바람이 찍어준 내사진(소녀같은 모습이라고 울 하늬바람이 이름붙여줬어요)

 

                     다시 동해로 내려오기 위해 강남터미널에 왔다(신세계앞의 별들) 너무 추운 서울..

                  시청부근의 아름다운 모습 (달리는 택시안이라서 흔들렸네)

                     예전에 미도파가 있던 자리

                     12월의 첫날 눈이 내린 우리동네 (첫눈이다)